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난 뒤, 슬픔 속에서도 유족은 법적 절차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상속은 감정과 실무가 교차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특히 고인이 생전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면, 남겨진 임대차 보증금은 유족의 법적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선택하면 고인의 채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의 행동만으로도 원치 않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 임대차 보증금의 수령 ’은 대표적인 위험 요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수령이 왜 위험한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안전하게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드립니다.
임대차 보증금도 상속 재산입니다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시작되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인이 임차인이었다면, 그 지위는 상속인에게 그대로 이전됩니다.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권리만 남는 것이 아닙니다. 보증금은 고인의 권리이자, 동시에 채무 변제 재원이기도 하므로 ‘상속 재산’으로 분류됩니다.

주거 안정을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예외적 상황도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고인의 사실혼 배우자가 법률상 상속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임차인의 지위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임대차 보증금은 여전히 ‘상속재산’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보증금 수령은 신중해야 합니다.
법원 결정 전 보증금을 수령하면 ‘단순승인’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상속인이 고인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민법상 ‘단순승인’으로 간주됩니다 . 특히 보증금을 임대인으로부터 수령하거나 채권을 추심하는 것은 단순승인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컨대, 상속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법원의 결정이 확정되기 전 보증금을 수령하면, 결과적으로는 ‘ 상속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이 되어버립니다. 이후 뒤늦게 "상속을 포기하려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보증금은 절대 먼저 받지 마십시오 — 안전한 절차 안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법원의 결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보증금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대인에게도 “현재 상속 포기(또는 한정승인)를 진행 중이므로, 법원 심판 전까지는 보증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리시기 바랍니다. 만일 임대인이 주택을 정리하고 싶어 하더라도, 거주 공간을 비우는 정도는 협조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금전을 수령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한정승인 후에도 보증금은 ‘공평하게’ 분배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을 선택한 경우에는 법원의 심판이 확정된 뒤, 상속인은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정리하는 ‘ 청산 절차 ’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보증금 역시 고인의 다른 재산과 함께 채권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인과 동거하던 가족이 생계가 막막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증금을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둡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제한적인 사례이며, 다른 지역 법원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상속 포기 후에는, 보증금 수령 자격도 사라집니다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인의 법적 지위는 완전히 소멸합니다. 다시 말해, 보증금을 수령할 권리도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보증금을 공탁하거나, 후순위 상속인에게 반환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포기자는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고인의 채무자가 존재한다면, 그 채권자들은 법적 절차에 따라 임대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증금이 소진될 수도 있습니다. 상속포기자라면 이 모든 과정에서 한발 물러난 위치를 지켜야 합니다.
맺으며 — 신중함이 곧 책임을 피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상속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고인의 채무가 불명확하거나 임대차 보증금과 같은 금전적 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 사소한 행동 하나가 큰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적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단 한 푼도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 입니다.
보증금은 유혹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상속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중한 선택과 철저한 절차 준수만이 유족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며,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법률은 정교합니다. 그러나 그 정교함 속에서 우리는 때로 명확한 안내를 필요로 합니다. 이번 포스팅이 그 안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법무사 김무관
당신의 권리를 위한 품격 있는 선택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7-2 원희캐슬광교 C동 710호